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 시 화 ~~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가을비가 아침부터 흘리고... 닦고...
지나간 시간들이 더욱 그립고 생각난다.
벌써 20년전 일이다. 결혼하기전 아내와 나는 류시화 시인을 좋아했다.
서로 읽어주고 습작하고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시간을 공유했기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외모나 조건보다 같은 시간대에 세상의 아픔을 알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한테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30년전 같은 동인 활동을 하면서 시대의 불만과 자신의 부족함과 인간의 한계를 깨달으면서,
지면과 허공에다 토해내면서 아파했던 선.후배님들이 오늘따라 보고 싶다.
지금은 각자 어디서 무슨일을 하시면서 지내고 계실까?
세월이 곁에 있어도 나는 늘 그 세월이, 시간이 그립다.
그 모든 기억들을 흙속으로 묻고, 존재하지 않고,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어도......
세월의 나무위에는 떠돌아 다니는 나의 소리와, 그의 소리들이 잠시 잠시 쉬었다 가곤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 언제까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