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내 안의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다 쓸고 지나간다.
눈이 내리면 내 안의 눈물도, 한숨도, 답답함도
다 덮어 버린다.
바람이 불면 내 안의 울부짖음도, 외침도, 소리없는 대화도
다 묻어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
어둠이 오면 내 안의 부끄러움도, 비밀도, 숨기고 싶은 것도
다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내려 쬐면 기초없이 쌓아올린 것과, 혼자 꿈꾸었던 것들이
다 내 눈앞에서 녹아 버린다.
모든 세상 이치가 언젠가는 끝나고 또, 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 지나갈 것을 나는 믿는다.
눈을 감는다고 다 끝나는 것이 또한 아니기에......
눈뜨고 현실의 배에 올라 내일을 향해 노젓는 나는
믿음의 돛을 올리고 바다의 중앙으로 나아가고 있다.